중국에서 시작된 한자는 중국을 비롯해 오늘날에도 한국과 일본, 베트남에서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2천 년 전부터 한자를 쓰기 시작했고 지금도 알게 모르게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한자를 쓰고 있다.

피고인·피해자·가해자 등과 같은 법률용어가 대부분 한자어이고, 일상 언어에서도 한자인지 모르고 쓰는 말이 많다. 미안(未安)해요, 안녕(安寧)하세요, 도대체(都大體), 어차피(於此彼)와 같은 말도 모두 한자어이다. 

하영삼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소장은 “한자를 중국 문자나 외래 문자로 간주해 버리고 한자 연구에 있어 한국의 역할을 소홀히 한다면, 한자를 사용한 한국 역사와 문화가 독자적 문화로 인식되지 않고, 중국에 종속된 문화로 간주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자 관련 제반 연구 극히 미비

한자는 동아시아 문명을 형성한 결정적 요소이다. 한국도 대표적인 동아시아 문명국가로 한국 문화의 중요한 근간 중 하나가 한자이다. 근대 시기까지 한자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는 문자로 사용했고, 전통과 역사와 문화를 저장하고, 그 흔적을 보존하고 있다. 

하영삼 소장은 “한국은 대표적인 한자 사용국이고, 한자는 중요한 문화 자산이다. 하지만 한자 제반 연구는 한자를 사용하고 발전시켜 온 역사와 책임에 비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의식과 사명감으로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한자문명연구사업단은 「한자와 동아시아 문명연구: 한자로드의 소통, 동인, 도항」을 연구하고 있다. 소통은 ‘길을 잇다’, 동인은 ‘길을 걷다’, 도항은 ‘새길을 찾다’라는 뜻이다. 

연구진은 미래 한국의 위상 제고와 주도권 확보를 위해 한국 한자의 독자성과 한자 문화의 정체성을 규명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연구 목적을 밝혔다. 

한국 한자의 정체성과 독자성은 한국 한자만을 연구해서는 쉽게 규명되지 않는다. 한국·중국·일본·대만·베트남 등 한자를 주요 글말로 사용한 역사가 있는 국가의 한자어를 비교하고 문화가 어떻게 이동하고 다르게 쓰였는지, 이동 과정에서 어떻게 새로운 한자어가 생겨났는지, 상호 비교를 통해서만 그 독자성을 규명할 수 있다. 

예컨대, 참죽나무 춘(椿)은 한국에서 ‘참죽나무’를 지칭하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부 옥편에서 표제 의미가 ‘동백’으로 교체됐다. 일본에서 춘(椿) 자가 동백을 뜻하기 때문이다. 또한 산(山)자는 동아시아에서 모두 ‘산’을 뜻하지만, 한국은 무덤, 일본은 숲과 신, 중국은 돌과 하늘과의 교통이라는 차이를 보인다. 

인터뷰 영상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C1JNx_R-fyw